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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 번역의 역사와 그 변천(1)-불경의 언어

동아시아 불경의 번역 수용

by trans2be 2022. 5. 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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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成田道廣(나리타 미치히로), 天理敎 海外部 繙繹課

출처: 《글로컬 텐리(グローカル天理)≫ 제8호(통권 236호), 2019. 8, 5쪽.


불경의 언어

  불경 번역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기원에는 인도의 여러 언어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간다라어 그리고 불교 혼성 산스크리트어(BHS: Buddhist Hybrid Sanskrit, 국내에서는 불교 혼성 범어라고 통칭한다-역자 주)가 있다.

  인도 언어의 중심은 산스크리트어다. “완성된 언어”를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는 일본에서는 범어(梵語)라고 불리고 있다. 산스크리트어는 예로부터 브라만교의 천계 성전(Śruti)인 『베다』의 언어로서 브라만들의 구전 전통을 뒷받침하여, 석가 이전 시대부터 이미 전례 언어로서 널리 퍼져 있었다. 정밀한 문법 체계와 심원한 어의(語義), 그리고 철학적 성격을 지닌 이 산스크리트어는 인도에서 오랫동안 규범적 학술 언어로서 기능해왔다. 라틴어 등과 함께 대표적 굴절어인 산스크리트어는 단수 · 양수 · 복수라는 3종의 수 개념, 남성 · 여성 · 중성이라는 3종의 성 개념, 8종의 격변화(주격, 대격, 구격(具格), 위격(爲格), 종격(從格), 속격(屬格), 처격, 호격)가 있으며, 태(態. voice)가 변화하는 많은 어간(語幹)을 지닌 말이 복잡하게 얽힌 매우 난해하면서 동시에 세련된 언어이다. 인도 언어의 기원인 산스크리트어로부터 다양한 인도계 언어가 파생되어 현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산스크리트어와는 대조적으로 고대 인도의 각 지방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된 다양한 속어는 프라크리트(Prakrit, 자연 언어 또는 일상어-역자 주)라고 한다. 석가가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고대 마가다어(Ancient Magadhi Prakrit)도 역시 이러한 프라크리트로 분류된다. 상좌부 불교는 프라크리트 가운데 비교적 산스크리트어와 가까운 언어로 정리되어 있다. 현재 이들은 팔리어 불경이라 불리는데, 언어학적으로 그 언어는 파이샤치어(Paishachi 또는 Pisaci)라는 인도 서부 지방 언어의 일종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팔리(Pali)”는 원래 특정 언어가 아니라 '성서(holy scripture)'라는 의미를 지닌다. 스리랑카에서 성립한 전통적 삼장(Tipitaka)에 대한 주석서인 『앗타카타(Atthakatha)』에서 경·율·론 삼장을 팔리 즉 ‘성서’라 통칭하면서 그 언어를 관용적으로 팔리어라 부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미즈노, 1990:74)

  인도 서북부 지방어인 간다라어(Gandhari) 역시 프라크리트의 한 종류이다. 간다라어는 현재 파키스탄 북부 페샤와르(Peshawar)에서 아프가니스탄 동부 일대의 간다라 지방에 걸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서부의 바미얀(Bamiyan)이나 파키스탄 북부의 길기트(Gilgit)에서도 간다라어로 된 불경 필사본이 발견되어, 이 언어가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 걸쳐 널리 영향을 주었음이 알려졌다. 이러한 언어 이외에 산스크리트어와 프라크리트의 혼성 언어인 불교 혼성 범어가 있다. 이 언어에는 산스크리트어의 문법적 퇴화나 음운 변화의 특징이 엿보인다.

  4세기 북인도에서 굽타(Gupta) 왕조가 성립하자 산스크리트어는 공용어화 되면서 일반 지식인의 공통어로서 정착하였다. 나아가 사상적 성격이 점차 강화된 불교는 다른 종교와 논쟁이나 사상적 교류를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교리 논쟁에서는 정통 학술어인 산스크리트어가 사용되었다. 그 결과 교리를 산스크리트어로 정리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점차 불경을 산스크리트어로 필사하기에 이르렀다. 기원 전후에 나온 것으로 보이는 대승 불경은 원래 프라크리트로 된 것이었으나, 산스크리트어로 번역되어 이후 대승불교의 경전은 대체로 산스크리트어로 제작되었다.

  원래 불교에서는 석가를 비롯한 제자들 또한 다양한 지방의 일상어인 프라크리트를 사용하여 포교 활동을 전개하였기 때문에, 각 지역으로 퍼져나간 석가의 가르침은 각 지방의 언어인 프라크리트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산스크리트어를 통한 가르침의 재구축 흐름 속에서 프라크리트와 산스크리트어의 혼용이 일어나 결과적으로 혼성 범어라 불리는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어 그대로 불경을 유지하고 있던 스리랑카의 상좌부는 역으로 전통적 불경 언어의 우위성을 주장하고, 삼장의 구성과 정의를 명확히 하면서 5세기에 팔리어 삼장을 확립하였다. 나아가 그때까지 싱할라어(Sinhalese)로 전승되어 온 주석 문헌 등을 오히려 팔리어로 번역하여 재편찬하였다. 이처럼 팔리어로 불경을 재편하려는 시도의 결과, 상좌부는 다양한 전개를 보인 산스크리트어 불경에 대한 사상적 영향을 배척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불교는 산스크리트어화와 팔리어화라는 양대 조류 속에서 대승불교의 산스크리트어 문화권과 상좌부의 팔리어 문화권이 따로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인용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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